책소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1600~1606년 사이에 직필되었다. 이 기간은 작가의 가장 알찬 시기로, '햄릿'과 '리어 왕'의 경우 제왕의 주제가 드높고, 주인공의 영혼 갈등은 국가 사회의 질서를 다시 회복함과 동시에 함께 구제된다. 그러나 '오델로'의 경우만은 주인공의 운명과 국가 사회의 운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흑인으로서 직업 군인인 오델로는 베니스 공국에 고용된 장군이요, 여주인공은 베니스 명문의 딸이다. 흑인 중년 남자와 백인 처녀 사이의 결혼으로부터 극은 시작하여 이들의 파탄으로 극은 끝난다. 이극은 가정 비극에 속하는 비극이다. 오델로의 성격이 소박 단순하고, 그의 대사들이 낭만적인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는 낭만적 이상주의자이다. 한편 여주인공 데스데모나는 순진 소박하고 아름다우며, 결혼 문제를 자기 의사로 결정하는 르네상스 기의 자아 각성의 신여성이다. 제삼자가 개입하기 전까지 완전히 조화로운 두 사람의 화음에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악, 이야고가 뛰어들며 갈등은 전개된다.
현상과 실체 사이의 파행, 이중 영상의 주제는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에서도 나타나는 주제이다. 이로 인해 이야고는 부정 주의적이며 냉소주의적인 사악성을 마음껏 발휘하여, 오델로의 애정과 영혼을 파멸시켜 버리고 오델로를 우매하고도 추악한 인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절망 속에 죽은 맥베드와는 달리 오델로의 비극은 영혼의 구제를 받는다.
저자소개
19세기 영국의 위대한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는 1564년 4월 23일 런던 북동쪽의 한 소읍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 (Stratford upon Avon)에서 존 셰익스피어(John Shakespeare)와 메리 아덴(Mary Arden) 사이에서 장남이자 셋째 아이로 태어나 1616년 4월 23일에 세상을 떠났다.
셰익스피어는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 중등학교)' 정도의 교육밖에 받지 못했다. 그는 여기서 라틴어, 그리스어 기초를 배우고, 《플루타르크 영웅전》이나 영국 역사에 대해서 읽고 배울 수 있었으며, 덕분에 영국 역사극과 로마의 영웅들을 소재로 한 비극을 쓸 수 있었다. 그는 1582년 앤 해서웨이와 결혼한 후 극단에 들어가기 위해 런던으로 떠났고, 1585년에서 1592년까지 런던에서 배우, 작가로서 성공하기 시작, 1595년경, 런던 연극계에서 상당한 인정을 받았다. 20여 년 간의 작품 활동을 통하여 희곡 38편, 154편의 소네트, 2편의 이야기 시와 몇편의 다른 형식의 시를 썼다.
그가 극장가에서 두각을 나타낼 무렵에는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출신의 극작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중 극작가 로버트 그린은 셰익스피어에 대한 질투심에서 그의 학식이 낮음을 가지고, “라틴어는 조금밖에 모르고 그리스어는 더욱 모르는 촌놈이 극장가를 뒤흔든다”고 은근히 비꼬았다고 한다. 후대 사람들이 그들을 ‘대학 출신 재간꾼(University Wits)’ 정도로 부르고 있지만, 셰익스피어를 ‘대가(Master)’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은 위대한 예술적 정신에 대한 마땅한 예우라 할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작가로 추앙받게 된 데에는, 그가 운 좋게도 풍부한 문학적 자양분을 제공하는 시대에 태어났다는 점도 한몫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배하던 영국의 16세기 후반은 문예 부흥기일 뿐 아니라 국가적 부흥기였다. 동시에 사회의 제반 양상들이 요동치고 변화하는 전환기이자 변혁기이기도 했다. 성숙한 문학적 또는 문화적 분위기, 역동적인 사회가 던져주는 풍부한 소재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곳곳에 녹아들었으며, 이를 통해 그의 작품들은 문학 작품 이상의 사회와 역사에 대한 참고서 역할까지 하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장르별로 크게 희극(Comedies), 비극(Tragedies), 역사극(Histories)으로 나눌 수 있다. 저작 연대는 대체로 4기로 나눈다. 1590년경 당시 유행하던 유혈 낭자한 통속 복수 비극의 특성이 있는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Titus Andronicus)>를 시작으로 한 1기(1590∼1592)는 습작기였다. <실수 연발(The Comedy of Errors)> 같은 소극(farce), 엘리자베스 여왕의 할아버지 헨리 7세가 튜더 왕가를 이루면서 장미전쟁을 종식하기 직전의 역사를 다룬 역사극 3부작을 쓰기도 했다.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하였을 정도로 영국의 큰 보물이었다.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리어 왕』,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등으로 세계 최고의 극작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그의 생애에 관해 확실히 알려진 것이 거의 없고 주로 짐작이나 추측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최근 그의 실존 여부의 작품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